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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항암제·치매약부터 CT·감정번역기까지…반려동물 '삶의 질' 高高

2021.03.29

박셀바이오, 반려견 항암제 개발…지엔티파마, 치매 치료제 출시 예정
녹십자, 생애주기 관리 서비스…바텍 우리엔, 동물 의료 AI 영상 솔루션 개발

이서희(27·가명) 씨가 기르는 8살 된 반려견 '뽀'는 최근 대학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반려동물 전용 컴퓨터단층촬영(CT)을 했다. 이를 통해 심장 관련 질환을 조기에 정확하게 진단해 큰 수술을 피할 수 있었다. 이 씨는 반려견의 나이가 들어가는 만큼 전용 유산균 등 영양제를 매달 구입하는 등 건강 관련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늘면서 '펫 헬스케어' 시장도 진화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암·치매 등 질환 치료제 뿐 아니라 감정 번역기, 생애주기 관리 서비스 등 다양한 수요에 맞춘 의료 서비스 및 관련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 반려견 관련 이미지 [셔터스톡]

23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1 한국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반려동물을 둔 가구는 604만 가구로 전체 우리나라 가구의 29.7%에 달한다. 반려인은 1448만 명으로 집계됐다.

반려동물 보유 가구가 늘면서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업인 유로모니터는 지난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2019년 대비 5.7% 증가한 2조540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농촌경제연구원은 2027년 반려동물 산업 시장 규모가 6조55억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헬스케어 영역도 다양해지고 있다.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이 늘면서 사람처럼 치매, 암 등의 질환에 걸릴 수 있는 만큼 관련 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반려견은 사람보다 암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견의 백혈병 발병률은 인간에 비해 5배, 유선암은 4배, 피부암은 35배에 달한다.

코스닥 상장사인 세포치료제 전문업체 박셀바이오는 반려견의 전용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박셀바이오는 최근 사업보고서를 통해 "반려견 전용 항암면역치료제로 사이토카인 기반의 박스루킨-15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이토카인은 신체 내의 세포, 특히 면역세포 사이에서 신호전달을 위해 생성하고 분비하는 일련의 과정을 매개하는 단백질이다.

박셀바이오는 지난해 10월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박스루킨-15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이후 지난달 25일 박스루킨15 품목허가에 대해 검역본부로부터 보완 요청을 받은 상태다. 박셀바이오 측에 따르면 아직까지 반려동물 특히 반려견의 항암치료를 위해 개발되고 판매 중인 항암면역치료제는 없다. 따라서 반려동물용 항암면역치료제의 경쟁업체는 없는 상황이다.

박셀바이오 측은 "전 세계적으로 동물의약품의 시장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시장이 점점 급격하게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반려견의 평균 수명 증가 등으로 인해 미국에서 8세 이상의 반려견의 50%가 암에 이환돼 있다는 보고 등을 고려하면 향후 해당 시장은 더욱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개 치매' 약도 다음 달 출시를 앞두고 있다. 퇴행성 뇌 질환, 신경질환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기업 지엔티파마는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CCDS) 치료제로 개발해온 크리스데살라진(상품명 제다큐어 츄어블정)에 대한 농림축산검역본부의 품목허가가 났다고 지난달 10일 밝혔다. 이는 전 세계 두 번째이자 국내 최초의 반려견 대상 치매 합성신약이다.

반려견의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은 사람의 알츠하이머 치매와 유사하게 아밀로이드 플라크, 타우병증, 뇌신경세포 사멸 등이 일어나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반려견은 11~12세에서 약 28%, 15~16세에서는 약 68%가 개 인지기능장애증후군으로 진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지기능장애에 걸린 반려견은 가족을 못 알아보거나 장소와 위치 기억에 어려움을 겪으며 수면 장애, 잦은 배변 실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유전자 검사·전용 CT로 질환 조기 발견 가능…"관련 시장 지속 확대 전망"

반려동물의 생애 전체에 걸쳐 건강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GC녹십자랩셀는 동물 진단검사 전문회사 '그린벳'(Green Vet)을 설립하고 반려동물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했다. 그린벳은 반려동물 질병 진단부터 예방, 치료, 건강관리 등 생애 전 주기를 관리하는 토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박대우 GC녹십자랩셀 대표는 "그린벳의 경쟁력은 특정 분야에 한정한 케어가 아닌 반려동물의 생애와 함께하는 토탈 헬스케어를 지향한다는 점"이라며 "반려동물 사업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함은 물론, 꾸준한 투자로 연구개발 및 사업 역량을 강화해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반려동물의 감정 상태도 확인 가능해졌다. 너울정보가 연구개발해 출시한 '펫펄스'는 반려견의 감정 상태를 알려주고 신체 상태와 활동을 기록해 주는 목걸이 형태 제품이다. 반려견의 음성을 분석해 연동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알려주는 방식이다. 현재 80% 이상의 정확도를 나타내고 있으며 감지할 수 있는 감정 상태는 안정, 행복, 불안, 분노, 슬픔 다섯 가지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각종 질환도 조기에 찾아낼 수 있다. 테라젠바이오는 펫테크 전문기업 핏펫과 유전자 검사 서비스인 '핏펫 어헤드 진'을 지난해 8월 출시했다. 반려견은 백내장 등 안구질환, 대사성질환, 신경계질환, 출혈성질환 총 24종의 질환 검사가 가능하다. 고양이는 진행성 망막 위축증 등 4종의 검사를 할 수 있다.

마크로젠도 유전자 분석 서비스 '마이펫진'을 운영 중이다. 또 서울대 등과 함께 반려견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빅데이터를 분석해 향후 반려동물 맞춤형 유산균 제제를 출시할 예정이다. 동물용 의약품 전문기업 우진비앤지은 작년 4월 애견 유래 유산균으로 만든 '멍멍정장'을 출시했다.
 
▲ 우리엔의 동물전용 CT인 'MyVet CT i3D' [우리엔 홈페이지 캡처]

동물전용 CT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동물용 영상장비 전문기업 우리엔은 지난해 1월 동물전용 CT인 'MyVet CT i3D'를 출시했다. 이 장비는 공간이 협소한 동물병원에서도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암, 종양성 질환, 궤양, 신장결석, 폐결절 등 엑스레이 촬영으로 보기 어려운 질환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

우리엔은 지난해 동물 의료분야 AI 영상 솔루션 개발에 협력하는 업무협약(MOU)을 맺고 동물에 최적화된 3차원(3D) CT영상 분석 솔루션 개발에도 착수했다. 우리엔은 바텍네트웍스의 비상장 손자회사로 바텍네트웍스의 자회사인 레이언스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으며 반려동물 진료 정보를 기록하는 동물병원 전자차트 분야에서도 국내 1위 업체다. 

우리엔은 향후에도 핵심사업 확장과 인수 등을 통해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의약품을 모두 제공하는 통합 서비스를 목표하고 있다.

바텍네트웍스 관계자는 "AI 분야에서는 기술 고도화 단계에 있으며 반려동물의 진료 기록 등을 포함한 일생을 관리해주는 앱을 올해 상반기 출시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면서 "반려동물 헬스케어 관련 시장은 당연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동물에 특화된 CT 등 의료기기의 보급이 늘면서 반려동물의 삶의 질 뿐 아니라 비용 측면에서 보호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UPI뉴스 / 강혜영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 http://www.upinews.kr/newsView/upi202103230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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